조선 최고의 관상가가 국운을 바꾸려 든다. 그러나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 앞날의 비극을 알면서도 그는 운명 앞에 무기력하다. 여기까지 영화 <관상>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사람의 얼굴에 새겨진 운명은 실제로 바뀔 수 있을까. 관상가와 성형의 등 전문가 세 명을 만나 그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
첫인상의 중요함은 두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왠지 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인데 매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 얼굴이 전하는 분위기는 그 사람의 전체 호감도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영만의 베스트셀러 <꼴>의 감수를 본 관상학자 신기원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사람에게는 누구나 타고난 천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 사람 마음과 생각,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모습은 얼굴을 통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얼굴로 그 사람을 읽는 것이다.
관상의 기본
사주와 음양오행
그렇다면 관상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사주와 음양오행은 무엇일까.
먼저 관상은 사주와 관계가 깊다. 부귀할 사주를 타고난 사람은 부귀한 상을, 미천한 사주를 타고난 사람은 보잘것없는 상을 타고난다. 사주(팔자)와 상(얼굴)은 서로 호응하며 작용한다. 이 중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로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으로 바꾸기 어렵다. 반대로 상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음양오행의 경우, 먼저 얼굴에 깃든 자연의 이치를 짚고 넘어가자. 관상을 볼 때 기본적으로 자연은 대우주, 인간은 소우주를 뜻한다. 자연에 태양, 달, 별, 산, 바다, 강, 육지가 존재하듯 인체에도 천지만상이 존재한다는 것. 머리(하늘), 발(땅), 양쪽 눈(태양과 달), 입(바다), 음성(우레), 혈맥(강과 하천), 살(흙) 등 인체에 깃든 우주자연의 원리는 길흉화복을 살피는 근거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와 상학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려면 음양오행을 알아야 한다. 위로 상승하는 양, 하강하는 음의 이치는 하늘과 땅을 상징할뿐더러 만물을 지배하는 커다란 기운으로 작용한다. 남자와 여자, 홀수와 짝수, 물과 불, 태양과 달, 더운 것과 찬 것,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 뾰족한 것과 무딘 것, 왼쪽과 오른쪽 등이 양과 음을 뜻한다.
오행은 음양의 기운이 활동하는 가운데 생겨난 다섯 가지 원소(목, 화, 토, 금, 수)다. 오행의 기운에 따라 사계가 바뀌며, 이 오행은 음양의 이치에 따라 이루어진다.
오행의 원리에 따른 사람의
다섯 가지 체형
목(木)형 순수한 목형은 갸름하고 수려하다. 나무의 기운을 타고나서 머리가 영민하고 지혜롭다. 태양을 향해서 뻗어 올라가는 나무를 닮아, 가슴을 내밀고 시선을 멀리 두고 걸어 그 형상이 당당하고 늠름하다. 기본적으로 마른 체형이 많지만 너무 살이 없이 깡말라 힘줄이나 뼈가 두드러져 보이면 부족한 상이다. 빼어난 목형은 맑고 깨끗한 기운이 인당에 서려 있고, 눈썹과 눈이 수려하며 머리가 좋고 총명하다.
화(火)형 날렵하게 생기고 기색이 붉다. 불의 성질을 그대로 닮아 가볍고 기분파이며 솔직하고 즉흥적이다. 그러나 불꽃이 티 없이 맑고 깨끗하고 순수하듯이 오행형 중 가장 영혼이 맑고 욕심이 없으며 착한 심성을 타고났다.
토(土)형 순수한 토형은 원형의 얼굴에 중화의 기운을 타고났기 때문에 체형과 성격도 중용의 이치에 맞아떨어진다. 그 속이 깊고 두터워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신의가 두텁고 성실하며 헛된 말을 하지 않는다.
금(金)형 금석의 모나고 치밀한 성질을 닮아 얼굴이 사각형으로 짜임새 있으며 얼굴빛이 희다. 이목구비와 치아 등이 비뚤어짐 없이 단정하게 생겨 조화롭고 수려한 맛이 있다. 맑고 아담하지만 뼈대가 단단한 체형을 지니고 있다. 분명하고 강직한 금기를 이어받아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전형적인 무인의 형이다.
수(水)형 물의 윤택한 성질과 둥근 모양을 닮아 몸집이 항아리처럼 둥글고 구부정한 형상을 취한다. 토형과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토형보다 부풀어오른 듯하며 키가 작고 부위별로 골고루 살이 많고 두텁다. 머리가 매우 영민하여 가히 수재형에 속한다.
01 관상가·성형의 3인이 말하는 부위별 관상
국내 대표 관상가 두 명과 관상에 관한 두 권의 저서를 낸 성형외과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핵심 대목에서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고 성형으로 관상, 즉 운명을 바꾸는 것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물론 운명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명심할 것.
박청화 재화의 출입을 의미한다. 비공(콧구멍)이 둥글고 원만한 모양이 기본적으로 좋다. 비공을 무너뜨려서 망한 대표적인 사람이 마이클 잭슨이다. 원래는 타이거 우즈보다 잘생긴 코를 가졌는데 그 코를 (성형을 통해) 삼각형으로 깎아버렸다. 48~50세에 해당하는 콧망울 옆 좌우 부위를 깎는 바람에 결국 50세에 세상을 떠났다. 요즘 코 수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코 하나만 잘생겨서 되는 게 아니다. 다른 부위와 조화가 중요하다.
안준범 ‘귀 잘생긴 거지 있어도 코 잘생긴 거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코가 잘생기기 어렵다. 최고의 코로 여기는 건 ‘현담비’와 ‘절통비’다. 전자는 코뼈가 풍성하게 바르며 짐승의 쓸개를 매달아놓은 모양의 코, 후자는 대나무를 잘라 엎어놓은 듯 반듯하고 힘 있는 모양의 코를 말한다.
이원석 남자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코뼈가 굵게 쫙 뻗어 있으면 추진력이 강하고 일을 잘해 성공할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코가 밑으로 내려올수록 뭉뚝하게 받아주는 쓸개주머니 형상의 코(현담비)는 돈복이 많다. 뭉뚝한 코를 오뚝하게 높이는 수술을 하러 오는 손님이 많다. 근데 뾰족한 것보다는 살짝 퍼져 있는 게 관상학적으로 더 낫다. 요즘엔 아주 뾰족하게 세우는 것보다는 ‘고양이 코’라고 해서 앞으로 살짝 떨어지는 코(콧구멍이 덜 보이는 코)가 유행이다. 기본적으로 콧구멍이 많이 보일수록 재물이 샌다.
박청화 관상에서 눈은 해와 달이다. 얼굴 관상을 본다는 건 해와 달의 컨디션을 보는 것과 같다. 따라서 가장 중요하다. 눈빛은 너무 반짝이면 기를 빨리 써버리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은은하게 빛나는 게 좋다. 흰자와 검은자 중에는 검은자가 약간 더 큰 게 좋다. 연예인 중 특히 서클렌즈를 끼는 사람이 많은데, 음의 기운을 상징하는 검은자는 재물이나 애정운이 들어오는 데 도움이 된다.
안준범 관상을 볼 때 70%는 눈을 보는데, 그중에서도 눈빛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사람의 운을 말해주는 게 눈빛이다.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얼굴을 가졌는데 눈에서 빛이 난다면 뭘 해도 잘될 수 있다.
이원석 좋은 눈의 기준은 관상학적, 미적으로 상당히 일치한다. 눈이 힘 있고 또렷해야 한다. 눈에 총기가 있는 사람이 추진력도 강하고 일을 잘한다. 동공은 크고 시원해야 좋다.
박청화 신분과 출신을 말한다. 귀를 보면 이 사람이 문관의 후손인지 무관의 후손인지 알 수 있다. 또 나무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큰일이 닥쳤을 때 견디고 이겨내는 기운이 귀에 있다. 용비어천가의 첫 구절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다. 이처럼 평상시엔 잘 보이지 않고 별 작용을 안 하는 것 같지만 극단적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극복하는 힘이 귀에 있다.
안준범 기본적으로 귀함을 보는 부위다. 한 나라의 왕, 기업의 CEO가 될 수 있는지 아닌지를 귀에서 본다. 수명과도 연결된다. 석가나 공자, 유비를 가리켜 ‘귀가 어깨에 닿을 만큼 길었다’고 묘사한다. 실제로 <삼국지>에서도 유비가 가장 오래 살았다.
이원석 동그랗게 잘생긴 귀는 좋은 가문을 의미한다. 아래로 찢어진 칼귀는 안 좋다.
박청화 입의 크기가 그 사람의 국량을 말한다. 입술의 비율이나 상태는 건강, 의식주를 상징한다. 입이 반듯하고 입술이 지나치게 두텁거나 얇지 않으면서 색깔과 광택이 좋으면 최상이다.
안준범 관상에서 눈빛 다음으로 중요한 게 음성이다. 음성은 맑고 또렷한 게 좋다. 중저음으로 울리는 음성, 쇳소리 나는 음성은 좋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박경림이 그렇다. 전형적인 ‘토형’에 쇳소리 나는 음성인 금(金)의 기운을 가져 관상학적으로 좋다.
이원석 사람의 얼굴을 풍수지리로 놓고 보면 북현무(산)에 해당하는 이마는 조상을 의미한다. 이 조상의 기운이 코를 타고 밑으로 내려오는데, 입꼬리가 올라간 입이어야 조상의 기운을 빠져나가지 않게 담을 수 있다. ‘울상을 하면 복이 빠져나간다’는 어른들 말에 틀린 법 없다.
박청화 여성의 이마는 남편의 근본 에너지를 살피는 곳이기도 하다. 여성의 이마가 원만하면 남편의 근본이 원만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 여성의 이마는 둥근 모양이 좋다. 꼭 둥글지 않더라도 대체로 굴곡이 적거나 평편한 모양을 이루고 있으면 좋다. 여인의 이마, 눈, 코는 남편의 기운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부위다.
안준범 정면에서 봤을 때 사각형이고 전체적으로 살이 찬 게 좋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잘 차 있다고 느껴지면 잘생긴 이마다.
이원석 이마가 푹 꺼져 있거나 주름이 깊은 건 안 좋다. 주름 역시 일종의 흉터이기 때문이다. 주름은 그 사람의 기운을 깎아먹기도 한다.
박청화 눈썹은 교우성이나 친화력을 보여준다. 눈썹이 박약하면 실제 형제의 수가 많더라도 소원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고 덕이 부족하다. 숱이 너무 많아 농탁하다면 관계가 많고 복잡하다. 주위에 사람은 많아도 복잡다단한 관계가 형성되어 여러 희생과 소모가 발생한다. 눈썹 털은 가지런한 것이 좋다. 미간 쪽에 가까운 눈썹 부위를 미두(眉頭)라고 하는데, 이곳의 털은 수시로 역결이 잘 발생한다. 미두의 털이 일어서거나 역결되면 조만간 남과 시비하거나 싸울 일이 생긴다는 징조다. ‘털이 선다’는 표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원석 성격이나 현재 운을 좌우한다. 군인이나 경찰, 검사 중에는 눈썹이 강한 사람이 많다. 진하기도 하거니와 눈썹이 가지런히 누워 있지 않고 위로 솟아 있다. 한마디로 장수의 기질이 있고 성질이 보통이 아니다. 화도 잘 낸다.
박청화 이마에 진 주름살은 없는 게 좋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주름살이라 할지라도 가능하면 없는 게 좋다. 한편, ‘오대양 육대주를 주름잡는다’고 할 때의 주름은 힘, 기운의 잉여를 나타낸다. 나이가 들어서도 머리를 많이 쓰면 자연스레 주름이 생기는데, 달리 말하면 나이가 들어도 머리를 쓸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팔자주름은 법제를 호령하는 주름이다. 법을 제정하고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나라 살림을 도맡는 이는 팔자주름을 지우면 안 된다.
이원석 광대가 나온 사람이 성격이 활달해서 사회생활을 잘한다. 북방으로 갈수록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한 반면 남방으로 내려올수록 게으르고 후덕한 사람이 많다. 그런데 재물운은 남방 쪽이 더 많다. 과거에는 광대 나온 여자를 가리켜 ‘드세다’, ‘집안 망하게 한다’고 했지만 요즘 같은 시대(사회에서 득세하는 여자가 많아진 시대)엔 나온 게 더 낫다.
박청화 진화의 방향성을 생각하면 된다. 털이 많은 게 진화가 덜된 것이다. 털보들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구레나룻이나 턱 아래 수염은 있으면 좋다. 단, 가고(家庫, 귀 아래 뺨 쪽)에 나는 털은 좋지 않다. 이는 자기 집 곳간에 풀이 자라는 것과 같다. 풀이 자라 쥐가 들락거리면 곡식이 남아나지 않는다. 즉 재물이 쌓일 수 없다. 그런데 재물이 쌓였을 경우 수명을 의심하라. 가고에 털이 많은 스티브 잡스의 이른 죽음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가고의 털은 제모하는 게 좋다.